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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토지통행권 맹지면 무조건 가능한 걸까? NEW
2019.01.17
내 소유가 아닌 타인(주위토지소유자) 소유의 땅에 둘러싸여 도로에 접하는 토지를 맹지라고 부릅니다. 이런 맹지를 소유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도로로 나갈 수 있을까요? 하늘을 날아다니지 않은 이상 다른 사람의 토지를 밟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권리를 민법 제219조의 ‘주위토지통행권’이라고 합니다.

[사 례] A씨는 밭으로 가기 위해 오랫동안 타인의 토지를 통행로로 이용해왔고, 통행로 양 쪽으로 연립주택 단지가 들어선 이후에도 토지 소유자였던 연립주택의 주민들이 묵인해줘 종전 토지를 통로로 사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주위토지의 소유자가 주거상의 불편을 준다며 해당 토지상에 담장을 설치했고, A씨는 타인의 토지를 통행로로 이용할 수 있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타진해보고 있습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공로와의 사이에 그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토지, 즉 맹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공익적 목적에 따라 피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무릅쓰고 특별히 인정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통행로의 폭이나 위치 등을 정함에 있어서 피통행지의 소유자에게 가장 적은 손해가 발생되는 방법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어느 정도를 필요범위로 볼 것인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그리고 사회적 통념에 따라 쌍방 토지의 지형적. 위치적 형상과 이용관계, 부근의 지리상황, 상린지 이용자의 이해득실 기타 제반 사정 등을 바탕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한편, 주거는 사람의 사적 생활공간이자 평온한 휴식처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이기에 우리 헌법도 주거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주위토지통행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주거의 자유와 평온 및 안전을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위 사례와 관련해 판례(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8다75300 판결)는 “원고인 A씨가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피고들도 원고의 통행을 묵인해왔다거나 연립주택 주민들이 사용하는 하수관이 통행로로 이용되는 토지의 지하에 설치되어 있더라도, 주위토지통행권의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이러한 사정은 크게 고려할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또한 “원고인 A씨가 통행로로 사용해온 토지 부분이 연립주택 단지의 출입구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연립주택 단지 내의 대지로 주민들 전체의 주거공간이고, 연립주택 주민들은 단지 내에서 주거의 평온과 안전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또한 “통행로 부분이 연립주택 단지 내를 가로질러 주민들의 창고, 놀이터 등의 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원고의) 통행을 위해 연립주택 주민들에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위 판례에서 재판부는 비록 맹지인 밭으로 갈 수 있는 통행로를 통행지소유자가 묵인해줬더라도 주위토지 소유자의 주거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경우 제한되거나 변경될 수 있음을 판시하고 있으며 아울러 이러한 변경에 따라 새로운 통행로 개설을 위해 비용이 발생한다면 맹지소유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위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어느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기 보다는 쌍방의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을 하여 통행지 소유자와 맹지 소유자의 이익을 모두 고려한 win-win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실무적으로 보았을 때 주위토지통행권과 관련한 소송은 감정싸움으로 인해 조정과 협의의 필요성이 매우 필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