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남편 단죄 못할 바엔…" 불륜상대에게 위자료청구 늘어나는 추세 - 간통죄 형사처벌 매년 줄어, 2010년엔 구속 1명도 없어
남편 밉지만 불황 더 겁나 - "자녀 양육·생활비 엄두 안나 이럴 바엔 가정 지키는 게…"
간통 파트너 민사 소송은 주고받은 메시지만으로도 법원이 인정하는 추세
30대 후반 김모씨는 1990년대 중반 해외 유학파이던 남편을 만나 2000년에 결혼했다. 남편은 대기업 연구소에 다니며 1억원 정도 연봉을 받았고,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도 수십억원에 달했다.
두 아들(9세·4세)을 낳고 행복한 듯 보였던 부부 사이는 2009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늦은 귀가가 잦아지던 남편을 의심하던 김씨는 2010년 남편의 승용차 블랙박스에 녹음된 남편과 다른 여성의 적나라한 성관계 대화를 듣게 됐다.
김씨는 처음엔 '아이를 생각해서…', '한 번쯤 용서하자'며 남편의 불륜 사실을 덮고 가기로 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는 계속됐다. 김씨는 불륜 남편을 간통으로 고소하고 이혼해 버릴까 고민하다 남편의 불륜 파트너를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다.
'내 남편과 불륜을 저질러 충격을 받았으니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이유였다. 김씨는 법원으로부터 조정을 통해 1000만원을 배상받을 수 있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배우자 불륜 행위를 간통으로 형사 처벌하거나 이혼으로 해결하지 않고 배우자의 간통 파트너를 상대로 소송을 내서 경제적 배상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엔 배우자의 간통 사실을 알게 되면 배우자와 간통 상대방을 형사 고소하고,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소송과 함께 위자료를 청구하든지 아니면 덮고 넘어가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배우자의 불륜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묻지 않으면서도 간통 파트너에게만 위자료를 내놓으라는 민사 소송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혼 소송 전문 A 변호사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이혼이나 고소 없이 간통 배우자 파트너에게만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케이스가 있었지만 최근 그런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적으로 간통죄로 형사 처벌받는 사람이 매년 급감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방증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간통 혐의로 고소된 사람은 2005년 7575명에서 2010년 3311명으로 5년 새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기소된 사람은 같은 기간 1196명에서 729명으로 줄었고, 구속된 사람은 2010년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현상은 위헌 논란 등 간통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원인이지만 최근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과도 떼어놓고 볼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이혼 후 자녀 양육비나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든 여성들이 '용서'를 통해 가정은 지키고, 남편의 간통 파트너에게만 손해 배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대학교수·의사·사업가 등 전문직 남편을 둔 여성들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혼할 경우 겪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외도 파트너만 정리되면 가정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형사 처벌보다는 민사 소송을 선택하는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송은 또 배우자의 간통 파트너를 떼놓는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30대 초반 강모씨는 회사원인 남편과 2009년 결혼했지만 남편은 작년 봄부터 회사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 작년 가을 남편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고 불륜 사실을 알게 된 강씨는 여직원에게 '모든 사실을 덮을 테니 남편과 관계를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여직원은 남편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 했고, 강씨 남편 앞에서 자해 소동까지 벌였다고 한다. 강씨가 소송을 내자 여직원의 태도는 그제야 바뀌었다고 한다.
남편 밉지만 불황 더 겁나 - "자녀 양육·생활비 엄두 안나 이럴 바엔 가정 지키는 게…"
간통 파트너 민사 소송은 주고받은 메시지만으로도 법원이 인정하는 추세
30대 후반 김모씨는 1990년대 중반 해외 유학파이던 남편을 만나 2000년에 결혼했다. 남편은 대기업 연구소에 다니며 1억원 정도 연봉을 받았고,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도 수십억원에 달했다.
두 아들(9세·4세)을 낳고 행복한 듯 보였던 부부 사이는 2009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늦은 귀가가 잦아지던 남편을 의심하던 김씨는 2010년 남편의 승용차 블랙박스에 녹음된 남편과 다른 여성의 적나라한 성관계 대화를 듣게 됐다.
김씨는 처음엔 '아이를 생각해서…', '한 번쯤 용서하자'며 남편의 불륜 사실을 덮고 가기로 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는 계속됐다. 김씨는 불륜 남편을 간통으로 고소하고 이혼해 버릴까 고민하다 남편의 불륜 파트너를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다.
'내 남편과 불륜을 저질러 충격을 받았으니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이유였다. 김씨는 법원으로부터 조정을 통해 1000만원을 배상받을 수 있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배우자 불륜 행위를 간통으로 형사 처벌하거나 이혼으로 해결하지 않고 배우자의 간통 파트너를 상대로 소송을 내서 경제적 배상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엔 배우자의 간통 사실을 알게 되면 배우자와 간통 상대방을 형사 고소하고,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소송과 함께 위자료를 청구하든지 아니면 덮고 넘어가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배우자의 불륜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묻지 않으면서도 간통 파트너에게만 위자료를 내놓으라는 민사 소송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혼 소송 전문 A 변호사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이혼이나 고소 없이 간통 배우자 파트너에게만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케이스가 있었지만 최근 그런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적으로 간통죄로 형사 처벌받는 사람이 매년 급감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방증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간통 혐의로 고소된 사람은 2005년 7575명에서 2010년 3311명으로 5년 새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기소된 사람은 같은 기간 1196명에서 729명으로 줄었고, 구속된 사람은 2010년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현상은 위헌 논란 등 간통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원인이지만 최근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과도 떼어놓고 볼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이혼 후 자녀 양육비나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든 여성들이 '용서'를 통해 가정은 지키고, 남편의 간통 파트너에게만 손해 배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대학교수·의사·사업가 등 전문직 남편을 둔 여성들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혼할 경우 겪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외도 파트너만 정리되면 가정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형사 처벌보다는 민사 소송을 선택하는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송은 또 배우자의 간통 파트너를 떼놓는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30대 초반 강모씨는 회사원인 남편과 2009년 결혼했지만 남편은 작년 봄부터 회사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 작년 가을 남편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고 불륜 사실을 알게 된 강씨는 여직원에게 '모든 사실을 덮을 테니 남편과 관계를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여직원은 남편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 했고, 강씨 남편 앞에서 자해 소동까지 벌였다고 한다. 강씨가 소송을 내자 여직원의 태도는 그제야 바뀌었다고 한다.